껍질은 까맣고 속은 초록빛이 돌아 '속청'이라고도 불리는 서리태. 서리를 맞고 나서야 수확한다고 해서 붙여진 그 이름만큼이나 강인하고 영양가 높은 작물입니다. 귀한 대접을 받는 콩인 만큼, 제대로 된 수확을 위해서는 파종 시기를 맞추는 것이 농사의 8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.
오늘은 서리태 파종 시기부터 다수확을 위한 순지르기, 조류 피해 방지법, 수확 시기까지 2알찬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.



1. 서리태, 왜 파종 시기가 중요한가요?
서리태는 다른 콩들에 비해 생육 기간이 매우 깁니다. 보통 5~6월에 심어 10~11월에 수확하죠. 하지만 의욕이 앞서 너무 일찍 심으면 줄기만 무성해지고 정작 콩꼬투리는 부실해지는 '웃자람 현상'이 발생합니다. 반대로 너무 늦게 심으면 알이 덜 찬 상태에서 추위를 맞아 수확량이 급감합니다. 따라서 내 지역에 맞는 '황금 파종기'를 아는 것이 첫걸음입니다.
2. 지역별 서리태 파종 시기 (적기)
서리태는 기온이 충분히 올라간 후 심어야 발아율이 높습니다.
2.1. 중부 지방 (경기, 강원, 충청)
- 적기: 5월 하순 ~ 6월 초순
- 설명: 늦서리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고 낮 기온이 20°C를 웃도는 5월 20일 이후부터 6월 10일 사이가 가장 적당합니다.
2.2. 남부 지방 (전라, 경상)
- 적기: 6월 초순 ~ 6월 중순
- 설명: 남부 지방은 생육 기간이 중부보다 길기 때문에 6월 중순까지도 파종이 가능합니다. 너무 일찍 심으면 장마철에 줄기가 너무 커져 쓰러질 위험이 크므로 주의해야 합니다.
| 구분 | 파종 적기 | 수확 시기 | 비고 |
|---|---|---|---|
| 중부 지방 | 5월 20일 ~ 6월 5일 | 10월 말 ~ 11월 초 | 웃자람 주의 |
| 남부 지방 | 6월 1일 ~ 6월 15일 | 11월 초 ~ 11월 중순 | 장마 전후 관리 중요 |



3. 서리태 농사의 시작: 밭 만들기와 거름 주기
콩은 공기 중의 질소를 스스로 고정하는 '뿌리혹박테리아'와 공생합니다. 그래서 질소 비료를 과하게 주면 안 됩니다.
- 석회(칼슘) 뿌리기: 콩은 산성 토양을 싫어합니다. 파종 2주 전에 평당 300~500g의 석회를 뿌려 토양을 중화시켜 주세요.
- 완숙 퇴비: 밑거름은 평당 5~10kg 정도로 적게 줍니다. 거름이 많으면 줄기만 무성해지는 '청들기' 현상이 생깁니다.
- 물 빠짐(배수): 서리태는 습해에 약합니다. 두둑을 20~25cm 정도로 높게 만들어 물이 고이지 않게 하세요.
4. 파종 방법과 조류 피해 방지 (필독!)
서리태 씨앗은 새(까치, 비둘기)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입니다. 심자마자 새들이 다 파먹어 버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.
4.1. 심는 방법
- 재식 거리: 포기 사이 25~30cm, 줄 사이 60~70cm로 넉넉히 띄웁니다. 서리태는 옆으로 많이 번지는 작물입니다.
- 심는 깊이: 3~5cm 깊이로 구멍당 **2~3알**씩 넣습니다.
4.2. 조류 피해 방지법
- 새총(조류기피제): 파종 전 씨앗에 분홍색 약제(새총 등)를 코팅하여 심으면 새들이 먹지 않습니다.
- 포트 육묘: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. 포트에 씨앗을 심어 하우스나 망 안에서 싹을 10~15cm 키운 뒤 밭에 옮겨심는 것입니다. 떡잎이 나오고 본잎이 보일 정도가 되면 새들이 먹지 않습니다.



5. 다수확의 핵심 기술: 순지르기 (적심)
서리태 수확량을 2배로 늘리고 싶다면 '순지르기'는 필수입니다. 순지르기를 하면 줄기가 옆으로 번지며 꽃눈이 많이 생기고, 키가 작아져 바람에 잘 쓰러지지 않습니다.
- 1차 순지르기: 본잎이 5~7장 정도 나왔을 때, 줄기의 맨 윗부분(생장점)을 잘라줍니다.
- 2차 순지르기: 1차 순지르기 후 옆으로 나온 곁가지들이 무성해지면 한 번 더 끝을 따줍니다.
- 주의사항: 꽃이 피기 시작하면 절대로 순지르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. 꽃눈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.
6. 생육 중기 관리: 잡초와 수분
- 북주기: 김매기를 겸해서 포기 주위에 흙을 돋워주세요. 뿌리 발달을 돕고 쓰러짐을 방지합니다.
- 물 관리: 콩꽃이 피고 꼬투리가 맺히는 시기(8월 중순~9월 초)는 수분이 많이 필요합니다. 이때 가뭄이 심하면 콩알이 제대로 차지 않으므로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.






7. 서리태 수확 시기 판단법
이름 그대로 첫서리가 내린 후에 수확하는 것이 정석입니다.
- 외형 변화: 잎이 누렇게 변해 떨어지고, 꼬투리가 갈색으로 마르며 흔들었을 때 '달각달각' 소리가 나면 수확 적기입니다.
- 콩알 상태: 꼬투리를 까보았을 때 콩의 겉껍질이 검은색으로 완전히 변하고 윤기가 돌아야 합니다.
- 주의: 비가 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은 피하고, 맑은 날 오전에 베어 밭에서 2~3일 말린 후 타작하는 것이 좋습니다.
8. 자주 묻는 질문 (FAQ)
Q: 4월에 심으면 안 되나요?
A: 안 될 건 없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. 서리태는 낮이 짧아져야 꽃이 피는 단일 식물입니다. 너무 일찍 심으면 꽃이 피기 전까지 줄기만 미친 듯이 자라 나중에 다 쓰러지고 관리가 불가능해집니다.
Q: 왜 제 서리태는 알이 안 차고 쭉정이만 많을까요?
A: 노린재 피해일 확률이 높습니다. 콩 꼬투리가 생길 때 노린재가 침입해 즙을 빨아먹으면 쭉정이가 됩니다. 8~9월경 노린재 방제 약제를 꼭 살포해 주세요.
Q: 순지르기를 꼭 해야 하나요?
A: 땅이 비옥해 줄기가 너무 무성할 것 같다면 반드시 해야 합니다. 하지만 땅이 척박해 성장이 더디다면 생략해도 됩니다.






9. 마무리하며
서리태 재배는 인내심의 싸움입니다.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하지만, 첫서리를 맞은 뒤 수확한 서리태의 그 진한 고소함과 달큰한 맛은 그간의 고생을 잊게 해주죠. 올해는 파종 시기를 잘 맞춰 풍성한 검은콩 수확의 기쁨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!